최영진 "실패해도 되는 임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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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특별대표, 코트디부아르 내전 종식시켜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 "내가 맡은 임무는 많았지만 그중에서 실패해도 되는 건 없었다. 모두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대통령 선거를 맞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명령을 받고 파견된 최영진 유엔 특별대표(Special Representative of the Secretary General for Cote d'Ivoire)가 여러 위험 속에 임무를 완수하고 뉴욕에 잠시 들렀다.
최 대표는 주 뉴욕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차장과 유엔본부 평화유지활동국 사무차장보, 유엔대표부 대사 등을 지내 뉴욕이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차관으로 함께 일해 너무나도 잘 아는 최 대표를 위험이 높은 코트디부아르에 보낸 것은 아프리카 민주화의 운명이 이 나라 대통령 선거와 그 이행에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줄줄이 대선이 치러지는 상황에서 코트디부아르의 대선이 불공정하게 진행돼 권력자가 불법으로 정권을 연장하게 된다면 주변 국가에 국제사회를 우습게 봐도 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급박하다보니 최 대표의 임무는 부담스러울 만큼 많았다. 코트디부아르 평화유지, 민간인 보호, 정전협정 준수에서부터 선거인증, 여권보호에 이르기까지 거의 한 나라 헌법기관이 해야 할 온갖 임무를 한몸에 짊어지고 이 나라로 뛰어들었다.
유엔 특별대표이자 평화유지군 통수권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고 해서 편안한 자리에서 점잖게 외교활동만 펼쳤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선에 진 그바그보 대통령이 권력을 내놓지 않기 위해 용병까지 동원해 내전을 펼치는 판인데 '선거에 졌으니 물러나라'를 외쳐는 최 대표를 봐줄 리 없었다.
그바그보 측은 저격수를 배치해 관저를 공격했으며 평화유지군을 이끄는 최 대표와 여러차례 대치하기도 했다.
최 대표의 임무에는 제약도 많아 하루하루, 매시간이 조심스러웠다.
우선 민간인 사망을 최소화해야 했다. 민간인 사망이 많을 경우 어떤 이유에서도 유엔 특별대표의 임무는 퇴색되고 만다.
또 내전에 휩싸인 이 나라 수도 아비장의 건물과 공장, 교량 등 SOC 등도 지켜내야 했다.
마지막으로 그바그보가 사망해서도 안된다. 그는 선거에 불복해 이 나라 국민을 내전의 소용돌이로 내몬 인물이지만 이 과정에서 사망할 경우 그가 추종자들에게 선전해온대로 국제사회의 개입에 의해 순교한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최 대표는 결국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무를 모두 성공했다. 그바그보는 내전에서 패해 유엔군과 대선 당선자인 와타라 측에 의해 가택 억류 중이며 이 나라 주민들은 내전 이후 부족간, 종교간 반목 가능성을 극복하고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다음은 최 대표와 일문일답.
--코트디부아르 내전은 마무리된 것으로 봐도 되나.
▲대선 결과에 불복하던 그바그보 대통령이 체포돼 억류 중이니 내전은 끝난 것이다. 다만 내전에서 승리한 와타라 측에서 보복을 할 우려가 있었고 주민들 간에도 편이 갈려 반목할 위험이 있었는데 다행히 위기를 넘기고 지금은 많이 안정됐다.
--그바그보와의 관계는?.
▲처음에는 좋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관대한 인물이었고 주변에 친구도 많았다. 그가 속한 부족은 코트디부아르에서 7%에 불과한데도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내게도 처음에는 잘해줬다. 유엔이 선거 승인을 하도록 초청까지 해줬다. 하지만 설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결과를 조작하면서 나와 멀어졌다. 그는 나보고 배신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선거에서 져놓고 권력을 유지하려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앞으로 그바그보는 어떻게 되나.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혐의가 있다고 평화유지군 측은 주장할 것이다.
--임무 완수에 어려움은 없었나.
▲여러가지 제약이 많았다. 상대방은 물불을 안 가리는데 평화유지군은 먼저 공격을 해서도 안되고 중화기를 쓸 수도 없었다. 내전에 개입할 수도 없었다. 실제로 병력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바그보 측에서 민간인 살상, 대사관 공격 등으로 계속 무리수를 두자 유엔군과 현지 주둔 프랑스 군의 공격 명분이 섰다.
총장께서 여러 당부를 하셨지만 "실패는 당신 옵션 중에 없다"고 하셨다. 무조건 임무를 성공시켜야 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나.
▲위험한 적도 많았다. 내전 마지막 2주간은 저격병의 사격이 심해 지하벙커에서 각국의 야전식량을 먹으며 버텼다. 나갈 때는 장갑차나 방탄차를 타고 다녔다.
--반기문 총장과는 자주 연락했나.
▲내전 상황에서 거의 매일 보고도 하고 지시도 받고 했다. 전화나 인터넷 사정이 안좋았지만 집무실과 벙커를 넘나들며 수시로 연락을 했다.
급박한 상황이 전개될 때마다 내 입장에 대해 격려와 지지를 많이 해줬다.
--특별대표를 계속 해 나갈 계획인가?
▲파견된 지 3년 반이 넘었다. 이제 내전도 끝났다. 코트디부아르가 안정을 찾아 경제재건을 하는 것을 좀 더 지켜볼지, 아니면 이제 임무를 정리할지에 대해 반 총장과 상의해 보려 한다.
sat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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